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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

[양자컴퓨터 3편] 기술의 현재와 투자 열기의 온도차

by ppaggomy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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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내부: 초전도 회로와 극저온 냉각이 만나는 지점

 

양자컴퓨터는 오랫동안 ‘가능성의 기술’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큐비트, 얽힘, 중첩과 같은 양자역학 개념은 고전 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른 계산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엄청난 계산 성능을 기대할 수 있죠.

 

2019년, 구글은 자사 양자컴퓨터 ‘Sycamore’를 통해 “200초 만에 고전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 이상 걸리는 계산을 수행했다”라고 발표하며 ‘양자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주장했습니다. (Google AI Quantum, Nature, 2019) 이후 IBM은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지만, 이를 계기로 양자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확산되었죠.

 

2023년에는 IBM이 433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Osprey를 공개했습니다. IBM은 이 프로세서를 통해 2026년까지 1000 큐비트를 넘는 범용 양자 컴퓨터 개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IBM Quantum Roadmap, 2023)

 

하지만 중요한 점은 ‘큐비트의 수’가 곧바로 성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큐비트는 매우 민감한 물리적 상태이며, 열, 전자기파, 진동 등에 쉽게 영향을 받아 오류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해선 오류 보정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영역 vs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영역

현재 대부분의 양자컴퓨터는 NISQ (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는 2018년 MIT의 존 프레스킬(John Preskill)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수십~수백 개 큐비트를 보유했지만 오류율이 높고 안정성이 부족한 상태를 뜻합니다. (Preskill, 2018, Caltech Lecture Notes)

 

NISQ 단계의 양자컴퓨터는 아직 고전 컴퓨터보다 뛰어난 계산 성능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특수한 문제 영역에서는 실험적 적용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활용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 신약 후보 물질의 양자화학 시뮬레이션
  • 금융 파생상품 가격 예측 모델의 최적화 계산
  • 머신러닝의 일부 파라미터 탐색 문제

현재까지는 이들 모두 "연구적 유의성”에 머무르고 있으며, 저자가 보기에는 아직 기술의 범용성 확보나 경제성 확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됩니다.


양자컴퓨터에 대한 투자, 왜 이렇게 커졌을까

기대가 기술을 앞지를 때: 양자버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술 현실과는 별개로, 자본 시장은 양자기술을 미래 유망 산업으로 간주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CB Insights의 2023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양자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누적 민간 투자액은 40억 달러 이상에 달합니다. (CB Insights, “Quantum Computing Market Map”, 2023)

 

정부 주도의 투자도 활발합니다. 미국은 2018년 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를 제정하고 10년간 양자기술에 약 12억 달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추진 중입니다. 또한, EU는 Quantum Flagship을 통해 10년간 약 10억 유로 규모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죠.  이에 질세라, 중국 2021년 14차 5개년 계획에 양자정보기술을 전략기술로 포함시키고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SCMP, 2021)

 

민간기업 중에서는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이며, 이들은 자사의 클라우드 플랫폼에 양자 컴퓨팅 환경을 통합해 시험 중입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는 ‘Azure Quantum’, 아마존은 ‘Braket’, 구글은 ‘Quantum AI’라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양자 기술 시장의 과도한 낙관이 버블을 만들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리 랜드마크(Lee Landmark)는 “현재 양자컴퓨터 스타트업의 80%는 현실보다 기대를 팔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WSJ, 2022년 인터뷰)

 

기술의 복잡성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반 투자자들이 “양자+AI+금융+보안” 등 조합된 키워드만 보고 판단하는 경향도 나타납니다. 저자의 판단으로는, 이는 초기 AI 열풍이나 블록체인 투자 과열기와 유사한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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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를 위한 남은 과제들

양자컴퓨터가 실질적으로 유용해지기 위해선 다음의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1. 오류 보정 기술(Quantum Error Correction): 수천 개의 물리 큐비트로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구현해야 합니다. 2023년 기준, 대부분의 상용 기기는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2. 확장 가능한 하드웨어 구조: 큐비트 간 연결(interconnect), 칩 간 통신 기술, 극저온 냉각 환경 구축이 필요합니다. IBM과 Honeywell 등이 이 분야 연구에 집중 중입니다.
  3. 소프트웨어 생태계: Qiskit(IBM), Cirq(Google), Q#(Microsoft) 등이 개발되고 있으나, 고급 프로그래밍 지식이 요구됩니다.
  4. 실제 산업 적용 사례 부족: 아직은 화학, 물리, 보안 등 제한된 분야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분명 ‘다음 세대 기술’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연구실 실험 단계와 시장 상용화 사이에서 줄타기 중입니다. 큐비트 수 증가, 투자 유치, 글로벌 경쟁 등 겉으로는 큰 진전을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는 기계’인 셈입니다. 이는 저도 항상 경계해야 할 지점입니다. 화려한 기술 시연이나 미래 청사진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현재 기술의 한계와 실질적 가치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함께 병행돼어야 하겠죠. 기술은 서두른다고 빨리 오지 않습니다.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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