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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

[양자컴퓨터 4편] 양자컴퓨터의 진짜 문제는 ‘계산’이 아니라 ‘오류’다

by ppaggomy 2025.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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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터, 오류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양자컴퓨터는 앞선 글 2편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반적인 고전 컴퓨터와 달리 '큐비트(Qubit)'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이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superposition) 상태, 그리고 여러 큐비트 간의 얽힘(entanglement)을 통해 병렬 계산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죠.

 

하지만 큐비트는 아주 미세한 양자 상태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의 노이즈에 극도로 민감합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양자 연산이 오류에 취약해지고, 정확한 계산이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현실적 난관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고전 컴퓨터에서 1+1=2라는 연산은 전혀 흔들림 없이 동일한 결과를 내지만, 양자컴퓨터에서는 동일한 연산을 수천 번 반복해도 결과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게 바로 ‘양자 오류’의 핵심입니다.


▶ 양자 오류의 발생 원인과 해결책

양자 오류의 발생 원인은 다양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디코히런스(Decoherence): 큐비트가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양자 상태가 무너지는 현상
게이트 오류(Gate Error): 논리 연산 수행 시 생기는 작은 제어 불완전성
측정 오류(Measurement Error): 큐비트의 최종 상태를 읽어내는 과정에서의 왜곡

 

양자컴퓨터는 원리적으로는 혁신적이지만, 실제 연산 중에 발생하는 잡음(noise)이 너무 잦아서, 아무리 좋은 알고리즘이 있어도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자 오류 보정(Quantum Error Correction, QEC)이러한 오류를 탐지하고, 수정하고, 오류가 누적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입니다.

 

고전 컴퓨터도 오류 정정 코드를 사용하지만, 양자컴퓨터에서는 그 복잡도가 훨씬 높습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QEC 기법인 슈어 코드(Shor code)나 스테빌라이저 코드(Stabilizer code)는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구현하기 위해 수십 개 이상의 물리 큐비트가 필요합니다. 즉, 단 하나의 안정적인 계산을 위해 엄청난 자원이 소모된다는 뜻입니다. 예상보다 느리고 무거운 진입장벽이죠.


▶ 오류 보정 기술의 발전 현황은?

2020년대 중반을 지나며 오류 보정 기술은 상당한 진보를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기업 및 연구기관의 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업/기관 적용 기술 최근 성과
Google Surface Code 1,000회 이상 오류 보정 연산 성공 (2023)
IBM Lattice Surgery 100개 이상 큐비트 연산에서 오류율 감소
Quantinuum Bacon-Shor 양자 오류 내성 게이트 개발
MIT/Harvard 등 학계 다양한 시뮬레이션 기반 코드 실험 오류율 1% 이하 조건 확보

특히 2023년 구글은 17개의 물리 큐비트를 사용해 1개의 논리 큐비트를 구성하고, 이를 수천 번 반복해 오류 누적 없이 양자 상태를 유지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양자 오류 보정의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규모’입니다. 앞서 언급한 실험들에서 오류는 줄었지만, 기껏해야 1~2개의 논리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운용한 수준입니다. 반면, 우리가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 큐비트는 수백~수천 개 이상입니다. 게다가 논리 큐비트 하나를 만들기 위해 10~100개의 물리 큐비트가 필요하니, 현실적인 계산을 하려면 수십만 개의 큐비트가 필요하게 되는 셈이죠.

 

양자 오류 보정 기술이 원천적으로 '비트 확장성 확보의 어려움', '에너지/온도 제어 시스템의 비효율성', '고속 제어 회로의 구현 한계'와 같은 문제와 맞닥뜨린 것이죠. 결국 오류 보정 기술은 진전 중이지만, 아직은 실용적 수준의 계산을 뒷받침하기엔 부족하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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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 문제는 양자컴퓨터의 핵심인가

 

양자컴퓨터의 패러다임은
‘규모가 곧 정확도’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오류 보정을 하지 않으면, 규모가 클수록 오류도 더 커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양자 오류 보정 기술이 실용화되지 않으면, 양자컴퓨터는 아무리 많은 큐비트를 가지고 있어도 '쓸 수 없는 계산기'에 불과합니다. 이 기술의 확보 여부가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분수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도 이 분야에서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몇몇 연구기관에서 시뮬레이션 기반의 오류 보정 알고리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KAIST,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은 슈어 코드 기반의 이론적 구조를 분석하거나, IBM 큐 익스피리언스(IBM Q Experience) 플랫폼을 활용한 실험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서는 물리적 큐비트 구현보다, 이론적 시뮬레이션 중심의 연구가 대세입니다. 실물 기반의 오류 보정 실험은 선진국과 비교해 다소 미진한 상황입니다. 

 

오류 보정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

양자컴퓨터가 꿈꾸는 미래는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틀림’을 바로잡아야 할 현실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오류 보정 기술이 있죠. 오류 보정 없이는 양자컴퓨터가 만든 ‘정답’은 진짜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즉, 이 기술은 부가 기능이 아니라, 양자컴퓨터의 존재 자체를 결정짓는 ‘전제 조건’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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