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은행에서 2025년 4월 8일 발행한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근로 방안' 보고서를 요약/정리한 글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통계청의 전망에 따르면 203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0%를 넘고, 2050년에는 40%를 초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숫자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변화는 한국 사회의 경제, 노동, 복지 구조 전반을 다시 짜야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보고서, p.2].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령자가 더 오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현재 고령층의 약 70%는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고, 취업자 중에서는 무려 90% 이상이 계속근로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p.2].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고령층이 본인의 경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단순노무직이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고, 이로 인한 경제적·심리적 소외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년연장의 역설: 고용을 늘렸지만, 부작용도 컸다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법정 정년을 60세로 일괄 연장했습니다. 이 조치는 고령자 고용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고, 실제로 2016~2024년 동안 고령층 임금근로자 고용률은 약 1.8%p 상승했습니다 [보고서, p.10]. 그러나 이 고용 확대는 유노조·대기업 중심으로 집중되었고, 전체 노동시장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파급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청년층 고용과의 ‘갈등’이 심각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명에서 최대 1.5명까지 줄어드는 결과가 관측되었습니다 [보고서, p.13]. 정년이 늘어난 만큼 기업은 청년 채용을 줄이며 인건비를 조절했고, 이는 고용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청년층의 상용직 취업 확률 하락과 맞물려, 출산율·혼인율도 역사적 최저치를 기록한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보고서, p.8].
일본은 어떻게 대응했는가: ‘재고용’을 통한 연착륙
반면,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훨씬 더 점진적이고 유연한 대응을 했습니다. 1998년부터 약 30년에 걸쳐 60세 정년 → 65세 고용확보 → 70세 취업기회 확보라는 단계를 밟았으며, 법정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리기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해 왔습니다 [보고서, p.15].
현재 일본 기업의 67.4%는 퇴직자를 다시 고용하는 형태로 고령 근로자를 활용하고 있으며, 정년연장은 오히려 28.7%에 그칩니다 [보고서, p.16]. 이 구조는 임금이나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고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고령자에게도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안: 정년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 중심 구조로 전환하자
보고서는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 특히 연공서열 임금체계와 강한 고용보호 문화를 고려할 때, 정년연장만으로는 효과적인 고령층 고용 확대가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보고서, p.4]. 이에 따라 제안하는 해법은 정년 이후 재고용을 중심으로 고령자의 계속근로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단순히 정년을 늘리는 것보다 훨씬 유연합니다.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근로시간·형태도 유연하게 바꾸어 고령 근로자에게도 합리적인 조건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단, 초기에는 법적 의무화보다 인센티브 기반의 자율적 확산이 바람직하며, 점차 단계적으로 법제화를 고려하는 접근이 권장됩니다 [보고서, p.4].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라: 노인일자리 정책의 한계와 전환
현재 한국의 노인일자리 사업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으나, 그 만족도는 낮습니다. 노인일자리 중 63.5%는 ‘공익활동형’으로, 월 29만 원 수준의 보수를 받는 단기성 일자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보고서, p.7]. 이 일자리들은 고령자의 경험과 숙련을 반영하지 못하며, 지속가능성도 낮습니다. 따라서 보고서는 고령자가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예컨대, 기존에 전문직·기술직으로 일했던 고령자가 단순노무직으로 전환하는 현상은 전체 노동시장에 큰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 p.6].
고령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일하는 구조'를 혁신하라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사회적·경제적 활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이라는 단일 처방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의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합니다. 특히, 퇴직 후 재고용 중심의 유연한 고용 체계를 정착시키고, 임금체계를 성과·직무 중심으로 개편하며, 고령자가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장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제는 고령자에게 단지 ‘일자리를 주는 것’이 아니라, ‘존엄을 담은 일’을 제공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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